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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사람/삶 생각 경험

아이의 필통을 조심하세요

by pastory 2021. 8. 27.

며칠전 저희 아이가 실명할 뻔 했습니다. 아이도 저도 포함해 온 가족이 크게 놀랐었죠.

한밤중의 큰 사건

늦은 밤 아이를 혼자 놀게 두고 아이 엄마는 씻고 있었고 저는 잠시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금새 조용해 지기에 아이가 잠들었을 거라 생각했어요. 시간이 꽤 늦었었거든요.

하지만 그렇게 조용해 지고 잠시 후에 아이가 잔뜩 움츠려 들어서는 저에게 왔습니다. 그리고는 잔뜩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저를 불렀어요.

“아빠…”

“응 그래. 우리 딸..!? !!!!”

저는 순간 너무 놀랐습니다. 아이가 저를 쳐다보자 아이의 왼쪽 눈에서 눈물이 맺혀 떨어지는데 그냥 눈물이 아닌 피눈물이 떨어지고 있었어요.

순간 놀람과 동시에 아이 표정과 말투가 한순간에 이해가 갔습니다. 그리고 저는 순간적으로 제가 놀란 모습을 보이면 우리 아이가 크게 놀랄거란 생각에 침착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아이에게 “괜찮아, 많이 아파?”를 시전하며 아이를 데리고 의약품 상자가 있는 거실로 데리고 갔습니다.

상처를 자세히 살펴보니 눈꺼풀 끄트머리에서만 피가 나고 있어서 우선 알콜솜으로 상처를 소독하고 연고를 바른 뒤 반창고를 붙였습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물어보고 상처를 살펴 보니 다행히 눈은 다치지 않았습니다. 1cm 오차만 있었어도 눈을 크게 다칠 뻔 했어요.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진정되지 않는 놀란 마음을 어떻게든 진정 시키며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물었습니다. 아이가 이야기한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평소 사용하던 4각 필통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 할아버지에게 인형이 달린 천으로 만들어지고 지퍼로 입구를 여닫는 필통을 선물 받았는데 그게 너무 좋았답니다. 인형이 달려 있어서요. 그래서 천 필통에는 짧은 싸인펜같은 것들만 넣기로 했는데 자기가 언젠가 급하게 필통보다 긴 연필을 한 자루 억지로 넣어 두었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그날 저녘 그 연필을 꺼내려고 하는데 필통 보다 큰 연필이라 잘 나오지 않았고 억지로 빼려고 힘을 주다가 그만 연필의 뾰족한 부분으로 눈을(다행히도 눈꺼풀만) 긁게 되었다고 합니다.

다행히 치료는 잘 했습니다

평소 병원이라면 질색 팔색을 하던 아이가 병원 가자니까 어서 가자고 합니다. 한밤중 가까운 응급실을 찾았더니 성형외과 진료는 하지 않으니 다른데로 가라고 하더군요. 굉장히 꺼리는 눈치였습니다. 한바탕 뒤집어 버리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다시 차에 올라 여의도 성모병원에 급히 갔습니다.

그곳에도 마찬가지로 성형외과 응급진료는 없었지만 날이 밝기를 기다려 치료하느니 한시라도 빨리 치료하는 것이 나을 거라고 생각하고 바로 치료했습니다. 5바늘 꼬맸어요. 무서워서 온몸을 벌벌 떨면서도 얼굴을 움직이면 큰일 난다는 엄포에 "엄마, 아빠, 나 얼굴 꼭 잡아줘" 이러고는 안움직이려 애쓰는 아이를 보며 어찌나 속이 쓰리던지 말로 다 할 수가 없습니다.

이제는 실밥도 풀고 회복중입니다. 그동안 눈 주변이 전부 퍼런 멍이 들어 있었는데, 그런 얼굴로 해맑게 웃으며 반겨주는 아이를 보며 어찌나 기특하면서도 속이 상하던지...

다행히 흉도 크게 나지 않을 것 같아요. 혹시라도 흉이 지워지지 않는다면 나중에 성형외과를 다시 찾아야겠지요.

아이에게는 아무리 주의를 주어도 아이는 대수롭지 않게 여깁니다.

사실 아이 뿐만 아니라 저희 가족이 모두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부분인데 그로 인해 정말 크게 다칠뻔한 경험을 하고서야 왜 저 어릴적에 어르신들이 아이에게는 일부러 몽당 연필을 쓰게 하고 천으로 된 필통을 사주지 않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부디 글을 읽는 여러분들은 저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시길 거듭 당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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