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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news

블랙홀이 뿜어낸 불꽃으로 지구에서 별까지 거리 측정할 수 있다

by pastory 2020. 5. 23.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36891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00522/101173692/1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우주를 이해하는데 가장 기초는 천체까지 거리를 알아내는 것이다. 다른 은하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표준촛불’이라는 고유 밝기를 알고 있는 천체를 이용하는 것이다. 표준촛불은 고유 밝기를 알고 있는 천체다. 겉보기 밝기가 고유 밝기보다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해 어두워지는 물리적 원리를 이용해 매우 정확하게 거리를 측정한다. 얼마나 밝은지 고유밝기를 알고 있는 천체가 있다면, 그 빛이 지구에서 얼마만큼 희미해 보이는지 겉보기 밝기만 알아도 그 별까지의 거리를 측정할 수 있다.

한국천문연구원 제프리 호지슨 연구원과 이상성 연구원이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우주에서 가장 밝은 천체 중 하나인 활동은하핵(AGN)‘3C 84’을 천체 거리를 재는 기준인 새 표준촛불 후보를 검증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천문학에서는 무엇보다 광활한 우주에서 천체를 발견하고, 그 천체까지의 거리를 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천문학에서는 가까운 곳에서 표준척도나 표준촛불을 찾아내서 더 멀리 떨어진 천체까지를 측량해나가는 측량 체계를 ‘우주 거리 사다리’라고 한다. 태양계 내에서는 레이더와 비례식으로 시작해서 조금 더 먼 거리는 연주시차로, 마지막으로는 허블-르메트르 법칙까지 다양한 거리측정법들을 통해 천체까지의 거리를 측정하고 있다. 거리는 우주를 연구하는 데에 가장 기본적이지만 중요한 단서가 된다.


광원이 2배만큼 더 멀어지면 밝기는 4배 어두워진다는 뜻이다. 표준촛불 원리를 이용하면 고유 밝기를 알고 있는 천체까지의 거리를 구할 수 있다. 제Ia형 초신성, 신성, 구상성단, 세페이드 변광성 등이 있다. 인류가 발견한 표준촛불들은 하나같이 우주에 대한 인류의 이해를 확장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1923년 미국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은 겉보기 밝기의 변화 주기와 고유밝기의 상관관계가 잘 알려진 세페이드 변광성을 이용해 우주에는 우리은하를 넘어 무수히 많은 외부 은하가 존재하고 우주는 또한 팽창하고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1990년대에 과학자들은 표준촛불로 가장 먼 거리를 잴 수 있는 제Ia형 초신성을 분석해 초신성들이 우주의 팽창 속도에 비해 밝기가 더 어둡다는 것을 밝혔다. 현재 가장 먼 거리를 정확하게 측정하는데 사용되는 표준촛불은 제Ia형 초신성이다. 이를 통해 우주가 가속팽창하고 있다는 가설의 관측적 증거를 제시했다.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의 사울 펄무터 교수와 호주국립대 브라이언 슈미트 교수, 미국 존스홉킨스대 애덤 리스 교수는 2011년 이 획기적인 연구 결과를 발견한 공로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하지만 100억 광년이 넘는 멀리 있는 은하에서는 밝기의 한계로 제Ia형 초신성이 관측되지 않는다. 나이가 140억 광년인 우리 우주를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연구진은 더 멀지만 제Ia형 초신성보다 훨씬 밝은 활동 은하핵을 더 먼 우주까지 측정이 가능한 새 표준촛불 후보로 제시했다. 활동은하핵은 먼 우주에 존재하는 밝은 천체들 가운데 하나다. 다양한 파장에서 에너지를 대량 방출하는 활동성이 강한 은하 중심 영역을 뜻한다. 이 천체에는 태양 질량의 100만배에서 수십억 배에 이르는 초대질량블랙홀이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블랙홀이 주변 물질을 빨아들이고 과정에서 부착원반을 형성하고 그 중심에서 원반의 수직 방향으로 물질을 내뿜는 제트가 형성된다. 제트는 빛의 속도에 가깝게 빠르게 분출하면서 아주 강한 복사에너지를 내뿜는다.

연구진은 페르세우스자리 A 은하 중심에 있는 활동은하핵 ‘3C 84’에서 분출되는 제트의 크기를 계산해 광원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3C 84’의 제트의 광도가 146일 주기 동안 약 2.7배 정도 증가하는 것을 밝혀냈다. 

활동은하핵 3C 84의 제트 분출로 인한 광도 변화 주기를 관측해 제트의 실제 크기를 계산한 것이다.  활동은 하핵 제트가 빛의 속도로 변광주기 동안 이동한 거리를 광원의 크기(제트의 실제 크기)라고 가정하고 고해상도 전파 관측이 가능한 미국 초장기선간섭계(VLBA)의 영상지도를 얻었다. 활동은하핵 ‘3C 84’제트까지 거리는 2억 2000만에서 2억 5000만 광년임을 알아냈다. 이는 은하의 표준촛불인 제Ia형 초신성 관측을 통해 계산한 2억~2억 7000만 광년과 비슷한 값이다. 연구진은 활동은하핵을 활용한 거리측정 방법이 새로운 표준촛불 후보로서 자격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고 있다. 

연구진은 더욱 먼 활동은하핵까지의 거리를 측정하고 표준촛불로서의 활용 가능성을 검증해나갈 예정이다. 천문연은 후속 연구를 위해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을 호주, 스페인, 이탈리아 등의 전파망원경들과 연계해 미국의 VLBA를 능가하는 고해상도 국제 전파관측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호지슨 연구원은 “이번 연구에서 검증한 새로운 표준촛불 후보는 천문학에서 가장 먼 거리를 측정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앞으로 연구에서는 천문연이 운영하는 초장기선간섭계인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을 활용해 더 먼 우주에 존재하는 은하까지의 거리측정에 도전할 계획”이라며 “우주론 모형을 검증할 수 있는 새로운 열쇠가 되어 우주의 끝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및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했다. 해당 논문은 영국 왕립천문학회지 4월호에 소개됐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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